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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2일(월)
내가 중독으로 인해 첫 입원을 했을 때만해도 어렴풋이 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만 인식했지 이게 이렇게 무섭고 힘든 병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중림동 알코올 사목센터에 나가서 허근신부님과 상담을 하고 몇 번인가 나가다가 신부님께서 입원치료를 권유하셨고 결국 입원을 하게 됐고 내 생애 첫 입원이 폐쇄된 정신병동 이었다.
삼십대 중반인 나는 그곳에서 단주에 대한 열망 보다는 시간 떼우기에 치중했고, 그 병원은 그 당시 내 나이가 많은 축에 들었을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병에 대해 진지하지 못했다. 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언제든 기회만 되면 다시 마실 수 있다는 여지를 항상 남겨 놓았다. 그나마 기혼자라 많이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지 개판이었다. 그렇다고 치료진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들 그 당시 알아주는 평판을 가진 분들이었다. 문제는 폐쇄병동에 입원을 했으면서도 그 상황을 똑바로 볼 수 없었던 내 자신에게 있었다. 그 병원에서의 입 퇴원이 계속 되었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보다 강도 높은 소위 단주율 높은 병원을 다니게 되었고 입원할 때는 항상 앰블런스로 입원했다. 병원에 대한 두려움과 짜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입원하면 항상‘탈출’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의로 입원한 것 이 다섯 번도 안된다. 초기에 굳어버린 나의 병원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입원해있으면 항상 불안하고 우울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마음이 불편하고 생각이 집중되지 않는 곳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항상 결과는 참담했다. 이런 참담함을 계속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아님 뭔가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 않는가? 이런 의문의 답은 다사모였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고 내 중독의 뿌리를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결론이 났다. 중독의 가지치기는 많이 해봤지만 항상 그 근원인 뿌리를 남겨놓고 있었다.
이제 나는 이곳에서 내 회복의 첫 단추를 다시 끼우려 하고 있다. 회원분들과 함께 나누고 성장하려 한다.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중독자 이지만 같이하는 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힘이 난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는 지금의 상황은 나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운도 따랐다.
이 길로 인도해주신 나보다 위대한 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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