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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6일(화)
나의 비밀이야기라는 제목을 정하니 내가 무슨 베일에 싸인 사람인양 약간 야릇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여기 공동체의 이념은 정직, 나눔, 겸손이다. 그 이념에 충실하려고 애쓴 것은 아니지만 참고는 하고 생활하려 했다. 그 우선이 정직이라 나의 모든 것을 내놓는 것이 회복의 과제라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숨김없이 털어내려 한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려서 판자촌 시절도 밝혔고 신문팔이와 공장생활에서의 얼굴 화상, 손가락절단 등 알코올 중독의 초기단계에서 황달, 간경화 초기 등 술에 무방비로 중독되어 가는 과정을 나름대로 밝혀 나갔고 결국은 병원신세에서 공동체에 오는 계기와 과정도 나름 소신껏 발표를 했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60년을 살아온 나의 요목조목 세세한 부분까지 발표하기엔 나의 기억력과 표현력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한번 나의 밝히지 않은 비밀스러운 것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니 여태 밝혀 온건 나의 어두운 면, 힘들었던 것만 이야기했지 내가 사랑 받았던 이야기 즐겁고 행복했던 일들은 한 가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선 난 부모님께 건강한 신체를 물려받았다. 그 많은 술을 마시고도 안 죽고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다. 내 친구들이나 내형제는 술 먹다 일찌감치 죽었다.
또 하나는 형들은 초등학교도 못나왔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고등학교 초급까진 부모님의 혜택을 받았다. 거기에 예쁘고 사랑스런 여동생을 둘이나 선물 받았다. 그리고 가장 큰 기쁨은 5형제 중 유일하게 나만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자그마하게 시작했지만 남들과 같이 신혼을 달콤함도 누렸고 2세의 탄생에 기쁨과 행복도 누렸었다. 그리고 지금 아내와 딸이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비밀을 얘기 안한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살면서 아주 지극히 조그만 일이라도 생기면 동료들과 나눠야겠다.
일깨우기에 나의 회복과제에 대해 안건을 냈는데 비밀이야기 발표하는 건에 동료 선생의 조언이 어떤 상태를 얘기하지 말고 감정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여태 나는 겪었던 상태만 얘기한 것 같아 부끄럽다. 앞으로는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해야겠다. 슬프다, 기쁘다, 사랑한다, 고맙다, 감사하다, 미안하다 등등 그렇게만 한다면 나의 비밀은 없을 것이고 온전히 잘 회복되리라 믿는다. 위에서 밝힌 이야기에 부족함을 느껴 가장 감정폭이 컷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것은 어머님입니다. 어머님은 자식 7남매 중에 내게 큰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어려서부터 다른 형제들에 비해 성격이 모나지 않았고 공부도 제법해서 어머님 눈에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어머님의 믿음 때문에 나는 주변의 험한 애들과 어울릴 수 없었고 모든 것에 형들처럼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 어려운 가계를 꾸리려 어머님은 온갖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생선장사, 그리고 봉제공장 검사일을 오래 하시며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가지고는 아홉 식구 풀칠하기도 힘들다는걸 어려서부터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여파가 초등학교때 육성회비 미납, 중학교때 등록금 미납 등으로 쫓겨 다녀야만 했던 현실 이었습니다. 그 현실을 알기에 중학교 일학년때는 신문배달, 그리고 이학년 방학때의 용두동 가내공업 프레스 보조일, 삼학년때는 연합고사는 봤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상태라 겨울방학부터 성수동 휘장(메달, 모표, 버튼, 뱃지) 공장을 다녔다.
그곳에서의 시다 생활은 지방 사람들을 싫어하게된 원인이 되었다.
왜냐하면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나 특징이 전부 욕으로 들렸다. 그리고 툭하면 매질을 했다. 그들의 숙소를 따뜻하게 하려 불을 피우려다 가스폭발로 얼굴 전신화상을 입었다. 그 흉터는 몇 년을 얼굴을 가리고 다니게 했으며 겨울이면 갈라져 피가 맺히곤 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손가락 절단이 됐다. 그 과정들을 지켜보며 어머님은 속으로 아파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도 형들의 하루살이 인생은 계속 되었고 나는 어머님과 돈벌이를 계속해야만 했다. 그렇게 고생해도 보람도 없이 형들은 처신도 못하고 나이는 먹어갔고 가정도 못 꾸리고 어머님의 짐이 되어 끝까지 속을 썩이는 관계가 된거다. 그런 어머님의 심정을 알기에 나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 한게 결혼하고 손주를 낳은 것이다. 그러나 어머님의 행복은 그걸로 끝이었다. 어릴 적 일본에서의 식모살이를 거쳐 해방 후 귀국해 고생하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단 한번 행복을 느끼고 돌아가셨다. 다행히 나쁜 꼴을 보기 전에 돌아가시어 죄송한 마음을 덜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온전하게 단주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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