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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3일(화)
병원에서 아침 8시40분에 교회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이 비가 봄을 알리는 비 인 것 같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평상시처럼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비록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면서 걷는 산책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도심속의 산책길 속에서 소소한 자연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무와 풀, 개천과 물고기 떼, 잔디와 조잘되는 새 등, 일요일이긴 하지만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 그 속에 나도 함께 나의 목적지인 교회로 향한다. 평상시에는 바쁜 걸음으로 일상생활을 시작하지만 오늘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내 마음속의 자유를 한껏 느껴본다. 그러다 보면 잠시 사색과 고독을 느끼며 자기연민에 잠시 빠지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술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서정적이고, 조용하고 슬픈 음악이 흘러나오면 잃어버렸던 감수성이 되살아나고, 신나는 팝송이 나오면 길을 걷다가도 주변 사람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작은 액션을 취하며 춤을 추어 보기도 한다. 맑은 정신으로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는 일주일 중에 가장 소증한 시간이다. 작년 6월부터 일주일에 한번 나가는 교회는 신앙심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사님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내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도 부끄러움 없이 솔직히 말씀드렸다. 그때 목사님께서는 술을 끊어 보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오히려 칭찬을 해주셨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특별한 교회다. 외관상으로는 십자가도 없고, 그냥 평범한 4층으로 된 일반 빌라로 보일뿐이다. 그 교회의 목적은 노숙인들을 재활시켜 다시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모든 걸 도와주는 교회이다. 그래서 그 목사님께서도 제일 힘든 부분이 알코올 중독자들을 관리하는 것이라 하셨다. 나도 노숙생활의 경험이 있어 그 부분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없다. 오히려 재활에 성공하여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을 간혹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존경심이 절로 든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20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오로지 한 길만 걸어오시며 노숙인들을 위해 모든 물질과 정신을 아낌없이 나눠 주셨다는 사실을 알자 거짓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사실이다. 갈 때마다 느끼고 듣는 것에서부터 노숙인들을 대하시는 태도가 남다르시다. 오히려 가족보다도 더 지극정성으로 모신다. 아프면 무료로 치료도 해주시고 예배시간이 끝나면 점심을 같이 먹으며 농담도 하면서 같이 웃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 길을 걸을지 모르나 나에게 있어서는 한벗교회를 다니게 된 것이 큰 행운이다.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하는 과정속에 있는 나는 비록 신앙심은 없으나 그래도 일요일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생겨 참 좋다.
이제는 봄이다. 나의 교회 가는길은 이제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더욱 발걸음 가볍게 사색과 고독을 즐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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