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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9일(월)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하고 “등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은 완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달려 왔는가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등산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정상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케이블카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간다고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중독”과 “인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사실 강연을 들을 때는 하도 많이 들었던 내용들과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을 내용이라 그렇게 집중해서 듣지 않았었다. 헌데 병원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강연하던 분들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요”라고 했던 교수님의 말씀에는 아직 남은여생 지금보다 더한 바닥도 경험할 수 있고, 바닥을 쳤다고 자존감을 잃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 같았다. 더 이상 잃을게 없다고,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다고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한 마음”을 들킨 것 같이 말이다.
난생 처음 “인권 교육”이란 걸 들어 보았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지는 권리가 “인권”인데 과연 나는 이 인권을 잘 누리며 존중해 왔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아니요! 엉망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열등감으로 인해 내 마음을 표현하기 보다는 내 뜻을 포기해야 헸던 적이 많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후로는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죽을 생각만 했으니 “나의 대한 학대”를 하며 살아온 것이다.
나 살기 힘들다고 남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남의 인권을 존중해 줄 수 있었겠는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당연히 누려야하는 권리를 내 스스로가 버렸고 남들의 권리도 빼앗아 버린 것이다.
내가 치료 공동체 다사모의 끈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주”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이다. 즉, 나의 인권을 찾아가고 남들의 인권을 존중해주면서 살아가는 삶.
알코올 중독자로 살다보니 참으로 힘들다. 회복을 잘해야 본전인 것 같고 못하게 되면 많은 것을 잃게 되고 쓸쓸한 최후만이 남게 되니 말이다. “회복의 기회”도 영원하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가 옆에서 격려와 응원을 해줄 수 있는 나날에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니 곁에 누군가가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산을 오르기 전에 정상을 바라보며 “언제 저기까지 올라가나?”라고 한숨만 쉬던 나였다. 조금 올라가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산 입구 술집에서 술이나 퍼마시던 기억들이 수두룩하다. 나위회복의 과정도 다르지 않다. “언제 나도 저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까?”걱정과 부러워 할 것만이 아니라 정상을 바라보지 말고 내가 내딛을 수 있는 한 발자국 앞길을 살피면서 조심히, 천천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산 정상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늘 내리막길만 있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이 이젠 살기 위해서는 가파른 오르막길만 남아있다.
혼자 일어서야 하는 “자립”의 길도 가야한다. 쉽지 않은 그 오르막 끝을 보지 않고 한발 한발 천천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길 위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
조급하지 않게 아주 조금씩 말이다. 가다 힘들면 남이 어깨도 빌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몹쓸 자존심은 버려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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