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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2일(목)
‘아직은’이란 말은 내게 절박함을 잃게 하는 가장 주된 단어였다. 젊었을 때는 난 아직 젊은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당신들은 술 실컷 마셨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이 나이에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난 아직도 직장을 다니고 있고 집도 있고 가정도 별문제 없는 듯 보였다. 건강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술을 과하게 마시고 필름이 자주 끊기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은 건강을 해칠까봐 가족들이 걱정하는 마음에 한 것이라 생각했다. 내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잦은 입원으로 더 이상 병가를 낼 수 없었고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때도 입원3일만에 퇴원해서 출근해야 한다고 했으나 아버님이‘너는 지금 직장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시고 그냥 병원에서 의사가 퇴원하라 할 때 까지 있으라고 했다. 그때 내 나이 36세였다. 퇴사를 하고 내가 돈을 안벌면 앞으로 어떻하나? 하는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생각도 들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분간은 10여년 다닌 직장의 퇴직금으로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 아버님에게 의지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절박함이 없는 병원생활과 퇴원해서의 생활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고 젊은 나이에 왜 이래야 하는지에 대한 자책이 심했다. 다른 사람보다 20여년이나 빠른 퇴직 이후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사일을 해야했고, 아이들의 등하교때 집에 있어야 했고, 저녁에야 모임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왔다. 이런 생활도 몇 개월이면 다시 재발하여 술을 마셨고 병원에 입원을 해야했다. 중간에 수도 없이 많은 직장을 전전하며 계속 집은 외곽으로 밀려가고 아이들 고등학교 다닐 때 엄청난 학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을 하게 되었다. 얌전했던 술버릇도 폭력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내가 신뢰하는 선생님이 내게 전형적인 중독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그 누구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떠날 것 이라고 경고하였다. 하지만 딱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방법을 바꾸라 하는데 과연 안해본게 뭐일까? 생각하던 중 경기 다사모를 알게 되었고 이렇게 오늘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도소에서도, 프로그램없는 그냥 정신병원에서도 단주자는 나옵니다. 또 아무리 강력한 치료기관에서도 실패자는 있습니다. ‘아직은’이란 안이한 단어는 이젠 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이라도 지키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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