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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6일(월)
나의 평온함이 깨어졌을까? 요즘 들어 많이 힘들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여지없이 술 생각이 난다. 이럴 때 마다 그나마 다사모를 다니고 있다는 소속감과 책임감으로 버티어내곤 한다. 그리고 동료 선생님들, 직원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나는 하루하루를 버티어내며 지금까지 왔다.
힘들고 지칠 때 마다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개인 상담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느끼곤 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것들을 수용하고 실천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다시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그 복잡한 감정들이 서서히 되살아 나 나를 혼란에 빠뜨리게 하고, 옛날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에게는 내가 책임을 지고 부양할 가족도 없고, 그렇다고 버팀목이 되어줄 핏줄하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나를 한없이 나약하게 하고, 내 스스로 인생의 낙오자로 만들게 한다. 그렇게 인생의 밑바닥을 치고 건강을 잃어가며 고생을 해놓고도 이러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 술을 원하고, 아직 술에 대한 갈망과 미련이 남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곳 다사모를 선택했고 얼마 동안은 이러한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 부터는 맑은 정신으로 산다는 것이 또 얼마나 힘든지를 느낀다.
다사모 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데 더 크게 재활에 성공해 다시 사회로 복귀했을 때를 떠올려 보곤 할 때는 이 보다도 더 큰 고난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어내며 지혜롭게 위기극복을 해나가야 한다고 하니 우선 두려움이 앞선다.
물론, 우리 영원한 피난처인 다사모와 A.A., 병원도 있긴 하지만 우리 알코올 중독자 대부분이 막상 위기상황이 닥치면 이러한 생각을 하며 지혜롭게 대처하기 보다는 어찌되었건 자기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한다. 나 역시 그렇게 하지 않을 까 싶다.
우리의 인생은 희노애락이 같이 공존하며, 기쁜 날보다는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고, 경쟁적 사회생활 때문에 스스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럴까?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고, 자신의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따뜻한 자신의 가정과 가족을 생각하면 또 다른 힘이 생길 것이다.
맑은 정신으로 산다는 것! 결코 행복한 일들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우리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의 유혹을 뿌리치고 살아가기에는 우리 주변 환경이 아직은 너무 위험한 현실인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문제 때문에 두려움이 앞선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반복된 훈련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을 잘 이용만 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옛 모습의 자신을 되찾고 보통사람, 평범한 사람, 행복한 가족의 일원으로 되돌아 갈 것이며 정말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정다운 이웃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어본다.
나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내가 마치 지금 여행을 떠나는 기분, 그리운 고향을 향해 달려가는 설레는 마음을 느끼며 병원으로 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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