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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9일(월)
우리 한국 사람이라면 설날과 추석을 일년중 가장 좋은날로 여기며 기다리며 즐기고 합니다. 그건 다들 헤어졌다가 그날이 되면 고향집에 모여 덕담을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또 아이들에게 용돈이나 세뱃돈을 주어 풍요로움을 느끼는 그런 날입니다. 그러나 나의 명절은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우리집은 큰집이지만 도시에 있었고 시골에 작은집이 있었지만 우리집이나 시골집에 친척들이 모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집이 큰집으로서의 모든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니 명절이 되면 나는 도시에 남아 시간을 보내야 했었습니다. 그러다 공장에 다니면서 생긴 버릇이 산으로의 도피 행각이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4~5일이라는 휴가와 약간의 떡값이 나를 산으로 도피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여비는 물론이고 누구 눈치 안보고 맘껏 술을 먹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 명절이면 어김없이 산으로 가는 버릇을 만들어 줬습니다. 어떤 때는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습니다.
치악산에서의 야영은 추운날씨의 대응 방편으로 텐트 안에 버너난로를 켜고 자다 산소결핍으로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떻게 텐트 지퍼를 열었는지 그건 지금도 알 수 없는 미스테리입니다.
산에 가서는 술을 거의정신을 잃을 때까지 먹는 것이 나의 버릇이었는데 말입니다. 또 한라산에서는 눈속에 고립되어 이틀을 대피소에서 지내다가 눈보라속을 헤치며 1m가넘는 눈길을 걸어 간신히 서귀포에 도착해 살아난 적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명절때면 의례히 시골로 가서 어른들 뵙고 친척들 만나는 걸 하지 않으니 갈곳이 없어서 결국은 산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4~5일 동안 자유롭게 술 마시며 다니며 하는 것이 나에겐 명절의 의미가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 버릇은 결혼후에도 한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내게 직장이나 돈에 문제가 생기면 어김없이 가족을 팽개치고 산으로 도피했습니다. 갔다가 온전하게 집으로 오면 다행인데 집에 도착 했을때는 만취상태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장비들은 너덜너덜하게 아내에게 풀어 놨던 겁니다. 그 장비들인 옷, 침낭, 텐트, 코펠등의 세척은 아내 몫이었습니다. 그 못된짓을 아무 죄책감없이 했던 것을 지금에야 반성이 되는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금도 큰 의미는 없지만 예전과 다른 것은 내게도 갈 곳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갈곳이 없어서 산으로 술 마시러 가던 내가 지금은 술 안 먹으려 A.A.모임에 간다는 겁니다. 술에 무력함을 인정한 나는 그 모임이 있어 온전하게 술 안마시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공동체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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