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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근 2년 만에 아들에게서“친구신청”이라는 메신저를 받고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매우 혼란스워하던 그 날이었다.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분의 사연이 나오고 있었다. 아들에게 주었던 상처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본인 자신 밖에 모르고 살아 온 어느 아버지에 뒤늦은 후회의 내용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꼭 내 마음을 들킨 것 같고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다음 날 다. 사. 모에서 이런 나의 마음을 나누었다. 조언과 격려의 말씀들은 많이 들었지만 답은 없었다.

“친구신청”을 수락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로지 내가 결정해야만 했다. 용기 내어 연락을 해 준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내 결정은 “아직은 아니다.”였다.

아직 “나”라는 사람은 나의 가장 아픈 곳,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감당하기에는 힘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들과 연락을 하다보면 또 예전처럼 자기연민에 빠져 술에 손이 갈까봐 두려웠다.

그런 내 마음. 내가 살아 온 인생을 사연으로 보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DJ가 하는 그 프로그램, 그 코너에 말이다.

다. 사. 모 출근을 안 하는 수요일 하루 꼬박 핸드폰을 잡고 사연을 썼고 어렵게 사연을 메일로 보냈다.

신완식 선생님의 졸업식이 있던 날. 축하를 해주고 탁구대회 평가회의를 위해 직원선생님들과 단식 대표로 뛰었던 내가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미팅 전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내 핸드폰을 흔들고 있었다. 나한테 전화 할 사람이 거의 없어서 누군가 하는 궁금증을 안고 전화를 받았다.

내가 사연을 보낸 라디오 프로그램에 작가님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와 통화를 나누었다. 내가 보낸 사연을 읽었는데 방송에 내보내도 괜찮겠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익명이나 가명으로 나오는 방송이고 사연을 보낸 이유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런데 내가 보낸 사연에 절반 정도만 전송되었단다. 작가님이 그 후 여러 가지 질문을 주셨는데 대부분 내가 쓴 사연에 후반부에 적혀져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아들이 보낸 메신저에 대해 같은 또래의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으로써 조심스럽게 받아주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조언도 들으면서 말이다.

답답했다. 나라고 2년 만에 연락을 해 오는 아들의 메신저를 받아주고 싶지 않았겠는가? 메일 주소를 물어보고 저장해 두었던 원본의 사연을 다시 보내 주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라디오 생방송으로 내 사연이 나왔다. 가명으로 말이다.

작가 선생님의 편집과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DJ의 목소리를 빌려 나의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마음이 아렸다. “이런 기분이구나.....”.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늘 내 마음을 글로 쓰고 발표를 하면서 그 놈에 말더듬 때문에 글의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읽는 것에 정신이 팔려 더듬거리는 내 자신에게 화와 짜증을 내다보니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주제 발표를 할 때 “누가 대신 잃어줬으면...”하는 나의바램이 현실로 이루어지면서 내가 보낸 사연이었지만 제 3자가 되어 듣는 기분, 정말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 같아 속이 시원했다.

비록 사연에 일부분만 나오고, 신청한 노래가 아니라 다른 노래가 나와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 코너의 이름이 “ 내 인생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이다. 어느 누구나 살아가면서, 특히 우리 다. 사. 모 식구들처럼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자서전을 써 보는 것. 과제라서 쓰는 그런 자서전이 아니라 내가 살아 온 인생을 글로 되돌아 보고 누군가와 공유하며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는 사연 마지막 구절에서도 썼듯이 “오늘 하루만 이겨내자!!!”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술과의 전쟁을 치러 갈 것이고, 나의 바램(버킷리스트) 中 하나였던 내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나의 버킷리스트들을 하나씩하나씩 이루어가면서 살고 싶다.

P.S : 녹음을 못했다. “당연히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역시 사람은 안일하게 생각하면 낭패를 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