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생활을 하다보면 힘든 점 중 하나가 무료함이다.

병원과 다. 사. 모만 오가다보니 생활의 단조로움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사회 생활할 때는 일에 파묻혀 무료함을 느낄 새도 없었지만 “단주”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나는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이 음악을 듣는 것이다.

기분이 down됐을 때는 신나는 음악을, 반대로 화가 나거나 기분이 up이 되었을 때는 잔잔한 노래를 듣는다. 음악을 듣는 것은 어찌 보면 내 삶의 일부였다.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고 언어장애, 피해의식, 열등감 등으로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던 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지간한 노래의 간주만 나와도 어떤 노래인지 알 정도의 경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삶의 희망을 잃은 채 술에 의지해 살아오면서 이러한 소박한 취미이자 감정을 다스리는 음악을 듣는 것을 잊고 살아왔다.

요즘 세상은 참 편한 세상인 것 같다. 핸드폰으로 안되는 게 없다.

라디오 앱을 다운받아서 그 앱으로 신청곡과 사연을 보낼 수가 있다.

게다가 “게시판”이란 곳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도 나눌 수가 있다.

나 역시도 이런 기능을 근래에 알게 되었다. 라디오는 추억이다.

내 기억 속에 이문세, 별. 밤으로 간직되어 온 라디오. 그리고 모뎀 인터넷이 막 나왔을 때가 고등학교 때였는데 천리*, 하이* 등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방을 만들고 대화를 나누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어찌하다 사연을 보내보았고 그것이 방송에 나오게 되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 프로그램을 듣고 참여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뭐랄까? 새로운 가족을 가진 느낌이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DJ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진심어린 공감과 걱정을 해 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지난 번 사연이 방송에 나왔을 때는 게시판에 격려와 응원의 글들이 올라온 것을 보고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고맙고 신기했다.

지금 내 곁에 가족들이 없어서 더욱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예전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어 좋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고마운 새로운 친구가 된 것 같다.

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게도 좋은 추억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는 고마운 라디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