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조금씩 배워가는 일상

요즘 나의 생활 중 가장 신경을 쓰고 변화를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료함을 보내는 방법과 시간에 대한 강박적인 생활의 변화이다.

일단 무료함. 재발의 순간을 되돌아보면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무료함이 있다.

무료함으로 인해 딴 생각을 하게 되고, 무료함으로 인해 내 자신을 시험해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료함. 병원에서의 무료함은 고작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핸드폰 사용이 가능하니 다행이지만 이전에는 오로지 책읽기 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병원에 있는 책을 다 잃고 잃을게 없어서 봤던 책을 다시 보기도 했다.

요즘은 어떠한가? 폐쇄병동과 개방병동이란 차이는 있지만 생활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무료함의 변화의 시발점은 붓글씨였다. 붓글씨 이전에 형광펜으로 컬러그래피를 독학으로 하곤 했었지만 서예시간 배웠던 컬러그래피가 내 취향에 맞았다. 재료들을 개인적으로 구입해 병원에서 종종 붓글씨를 쓰면서 무료함을 달랬다.

이번에는 우연치 않게 알게 된 라디오였다. 어릴 적 내가 알고 있던 그런 라디오가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라디오DJ와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이다. 표현을 잘 못하고 살아온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한동안은 너무 빠져 있었다. 사실 지금도 빠져 있다. 중요한 것은 예전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주위사람들이나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표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내겐 중요하다. 이것 또한 한 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동영상이다. 44년간 말더듬으로 제대로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였기에 가슴 속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사실 동영상을 만들어 놓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것 또한 나의 완벽주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다. 기본적인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영상과 음악만으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언어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온 나에겐 새로운 세계이다.

“꿈과 나눔”프로젝트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가 또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다. 나는 변화를 두려워했던 사람이다. 새로운 환경, 변화보다는 있는 그대로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컸던 나였다. 하지만 지난해 많은 새로운 경험들을 겪으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겪는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이 내게 중요한 의미이다.

다. 사. 모 이사문제도 그렇다.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이다. 진보와 보수가 뒤섞여 있는 상태.

앞선 걱정을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부딪쳐 보는 것이다. 걱정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 다음이 시간에 대한 강박적인 생활의 변화이다. 나는 시간에 대한 강박이 심한 사람이다. 낮에 낮잠을 자고 싶어도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뒤쳐질까봐 어렸을 때부터 마음 편하게 낮잠을 자 본 적이 없다.

병원에 들어와서야 술기운을 빼기 위해 낮잠을 자 본 경험이 있을 뿐 강박적으로 낮잠을 자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일명 멍 때리기를 자주한다. 일부러 낮잠을 자기도 하고 늦잠을 자기도 한다. 어찌보면 완벽주의를 성격인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가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다”라는 마음이.......

남들처럼 졸리면 낮잠도 자고 꼭 무엇을 안 해도 불안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특히 멍 때리기는 예전 TV에서 이런 대회를 하는 것을 보면서 별 쓸데없는 대회를 한다고 욕했던 나였다.

그런 내가 요즘 이 멍 때리기 효과를 보고 있다. 다른 것이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누워서 라디오를 듣는 것이다. 머리가 백지가 되는 냥 라디오에서 아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며 누워 있으면 그것만큼 편하고 마음이 차분해질 때가 없다. 그 효과는 1~2시간 그렇게 있다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이다. 왜 멍 때리기 대회를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멍 때리기를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을..

생활의 변화. 즉 예전에는 지나친 강박적인 사고로 내 자신을 힘들게 했던 생활들을 하나 둘 씩 풀어주는 작업인 것이다.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특히 나 같은 알코올중독자들에게 갈망이 올라올 때 갈망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너무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이것을 조절하는 것이 이제 내가 해야 하는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