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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이 만개하고 날씨도 더워지기 시작하는 4월이 이제 중순으로 가고 있다.

이런 봄 날씨와는 다르게 요즘 내 마음은 그리 편치가 않았다. “나눔과 꿈”프로젝트로 공동체 출근이 불규칙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쳐도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고등학교를 입학한 아들생각에 가슴이 저려왔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통장의 잔고 그리고 독립, 자립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우선 아들생각은 나에게 있어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하는 아픈 손가락이다. 아들생각만하면 늘 심한 자기연민의 늪에 빠지곤 한다. 알코올중독자가 되고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빠라는 자리를 비워두고 살아왔기에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크고 그 아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매번 힘들게 한다. 마음을 다독이고 다잡아도 언제 이 아픈 손가락이 불쑥 나타날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하루 내 자신이 술을 마시지 않고 사람답게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떳떳한 모습으로 만나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품어본다.

그리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통장의 잔고와 퇴원, 독립문제는 연관이 있기에 한꺼번에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통장에는 4~5달 정도 생활할 수 있는 잔고가 남아있다.

그리고 매점에는 안전하게 집을 구할 때 보증금으로 쓰기 위해 맡겨 둔 일정 금액이 있다. 이것이 나의 전 재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장의 잔고도, 집을 구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별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아니 미리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다. 사. 모에서도 부서팀장이 되고 지금 생활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1년 반 정도 지내다보니 어느덧 계획했던 대로 독립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막막함 그 자체였다. 혼자 살아 본 경험도 없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이 곳 저 곳을 알아보았다. 현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고 벽이 높았다. 근 10년의 병원생활로 인해 “내 자신이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걱정도 들었다. 경제적인 활동도 오래 하지 않다보니 “과연 내가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염려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늘 나를 재발의 길로 이끌었던 앞선 걱정들이었다.

어제 다. 사. 모의 원장님과 사례담당자 선생님께서 병원으로 상담을 오셨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신 분들이 어찌 보면 나보다도 더 걱정을 해주고 계셨고 너무나도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셨다. “단주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도 이 말의 진리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술로 하루하루를 보낼 때는 하늘을 보며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주세요!!!”라고 울분을 터트렸던 내가 오늘은 “언젠가는....”좋은 날이 올 거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