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3단계 자서전 발표를 하고나서 선생님들께서 부여해 주신 과제가 총 9가지였다. 대부분이 공동체에서 선생님들과 더 많은 대화와 접촉을 하라는 과제와 혼자서 하는 행동보다는 같이 일을 분담하라는 것이었다.

그 중 같은 병원 선생님들과 함께 출, 퇴근하기와 서예시간 따로 앉지 말고 함께 참여할 것 그리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가 주제발표로 주어진 과제였다.

처음 이 과제를 부여받고 내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는 동료선생님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특히, 같은 병원 선생님들과 같이 출, 퇴근하는 문제는 내 마음 같지 않았다.

마침모임 후 개인적으로 볼 일을 보거나 공동체 일을 하다 보니 혼자 다니게 되다보니 나오게 된 과제였다.

출근 때 함께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여전히 퇴근 때가 문제였다.

마침모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방을 챙겨서 퇴근하시는 선생님, 그 선생님이 나가시는 것을 보고 따라서 나가시는 선생님....처음엔 몇 번 마무리를 하고 같이 가자고 말을 했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한 두 번이었고 자연적으로 여러 가지 업무와 일로 인해 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눔과 꿈”과 “개소식”등 행사가 있어서 미팅과 회의, 동영상 촬영 등이 있었고 불규칙한 다. 사. 모 출근일 때문에 이 과제는 잘 지키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같이 출, 퇴근을 하려고 의식적으로 생각했고 특히 새로 나오시는 선생님이 계실 때는 더 신경을 썼다. 이 부분은 내가 더 의식하고 챙겨야 하는 과제라 생각한다.

서예시간, 점심시간에 공동체 선생님들과 같이 하는 과제는 의식해서 같이 하려고 했다.

상황들과 여건들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더 이상 비좁은 곳에서 생활하지 않아도 되어서 이 과제는 자연적으로 해결이 된 것 같다.

사실 처음부터 혼자서 점심식사를 하고 구석 자리에서 붓글씨를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 나름대로는 다른 선생님들을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혼자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 것 같다. 이사를 오고 나서 넓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서예수업을 할 수가 있어서 좋다.

중요한 것은 늘 혼자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고 편한 나의 생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과제의 의미일 것이다. 사실 어렵다. 언어적 장애로 인해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침묵을 지키며 혼자서 해결하면서 살아왔던 사람이라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같이 하며 무슨 결정을 내릴 때 상의 하는 것은 내겐 낯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씩 생각이 행동이 되고 그 행동이 생활화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보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요즘 하루하루가 나에겐 기록의 날들이다. 술을 배우고 나서 가장 오래 술을 마시지 않고 있고, 가장 오래 다. 사. 모를 다니고 있으며, 피해의식과 패배의식이 짙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조차 거부했던 내가 맑은 정신으로 살다보니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는 요즘. 힘들지만 재미있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본다. 나는 아직도 결점들이 많은 사람이다. 어찌 보면 예비단계 때와 부서팀장이 되어있는 지금 크게 달라진 게 없을지도 모른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단 하나.......받아들이려는 마음 일 것이다.

나는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관계문제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던 시간이었다면 조금씩 나의 삶을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야하는 시간일 것이다.

이것이 내가 공동체에서 더 연습해야 하고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이뤄가야 하는 평생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A. A. 문구 중 “완성보다는 향상을 요구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완성에 집착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느끼지만 내가 신(神)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과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향상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