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공황장애로 알코올 중독에 빠졌을 때 심리적 불편함만 없으면 이대로 살아도 좋다라는 자포자기한 삶을 살았고 바닥이라 생각하였고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바닥밑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었다. 술로 인해 내안에 폭력성이 들어나고 법적인 문제도 가져왔다. 여기서 내가 진짜 바닥이구나 생각하는 순간 이것 또한 바닥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더욱 더 중독에 빠져들수록 나는 나름대로 합리화시켜왔다. 내가 이런 성격으로 태어난걸 어떻게 하란건가? 하면서 핑계삼아 계속 술을 먹었고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을 하는데도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날 수 없었다. 회복의 길을 가면서 내가 가장 후회하는건 20대 젊은 나이의 삶이다. 나는 무언가를 도전할 의지도 없었고 도전할 가치조차를 느끼지 못하고 술로 방황하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과연 나의 성격적 결함이 나를 이토록 삶을 망가뜨렸을까? 현재 맑은 정신에서 나를 돌이켜보면 대인기피․공황상태에 벗어 날 수 있었던 몇번의 만족감이 알코올 중독으로 만들었고 미처 중독인지도 모르게 그 삶을 원했던 건 아니었을까? 술에 취해 있는 또 다른 나에게... 하지만 그것은 멀지 않아 나를 인간적으로 타락시켰다. 20대 한참 할 것 많고 꿈도 많은 나이 이미 취업해 어느정도 지위에 있어야하고 돈도 어느정도 모으고 결혼도 했을 법한 나이 하지만 난 이 모든걸 가지지 못하고 30대로 왔다. 현재 술을 먹지 않고 있는 맑은 정신에서 30대인 나로 20대를 보니 성격이 나를 이렇게 만든건 아니다. 다만 술이 주었던 잠깐의 도움이 너무 환상에 젖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 편하고 다른 길로 갔던 것이다. 결국 나는 술이 문제였다. 이제 다시는 그 길로 가고 싶지 않다. 아니 갈수가 없다. 이미 난 알코올 중독자임을 깨달았고 회피했던 순간들은 다른 방식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고 이제야 회복의 길로 가면서 중독자시절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